본문 바로가기
경제/경제용어

[독서] 금융으로 본 세계사

by 궁금한 준이 2023. 2. 19.
728x90
반응형

작년에 서점을 돌아다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책 <금융으로 본 세계사>를 이제야 읽었다. 책 표지에는 세계적 위인들의 초상화가 각 시대의 화폐와 함께 배치되어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다. 마치 중고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 쯤으로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경제 및 금융 관련 단어가 쉬지않고 튀어나오며, 게다가 주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의 가상의 독자는 교양을 쌓기 위한 일반인이 아니라 어느정도 경제에 (그리고 정치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역사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아 위정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 세계사를 배우고 싶다면 국제 정치나 다른 서적을 찾았을테니 이 책의 단점이라하기도 뭐한 것 같다.

 

크게 12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경제 및 금융이 서구권에서 발달하다 보니 유럽 역사를 따라간다. 대중을 위한 책이 그렇듯 이 책도 저자의 주장에 대한 출처 표기는 딱히 없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중간에 중국과의 비교이다. 저자가 중국인임을 감안해도 매번 중국의 장점만 서술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당시 체제와 중국(현대 뿐만 아니라 고대 중국과도)과 비교하는 서술방식이 특징이다. 그러나 중국문화나 중국사를 잘 알지 못하면 비교가 잘 이해되지는 않을 것같다.

 

자신의 조상을 신성시해야만 왕가가 자손 대대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백수건달 출신이었던 유방이 황제가 되자 후세 사람들은 유방을 백사의 머리를 베고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통일한 영웅이라고 묘사했다. 교활한 클로비스가 경건한 기독교로 묘사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중국의 소농경제는 농사와 방직이 결합된 형태에 불과할 뿐, 농가 혹은 지주의 땅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따져보면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유럽처럼 절대적인 의미가 없었다. 토지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것은 권력이었다. 반면에 영주에게 토지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루이 14세가 돈을 벌기 위해 취한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방법은 쇄국정책이다. 예로부터 쇄국정책이라고 해봤자 관세를 높이고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에 불과하다. 중국의 청나라도 이러한 쇄국정책을 펼쳤는데 그 때문에 후세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미 연방준비제도에는 확실히 개인 주식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주식제도와는 달리 개인 주권자는 발언권이 없다. 이는 마치 중국의 농촌 신용조합과 비슷하다. 현급懸級 생산협동조합이 성급省級 생산협동조합의 주주가 되면 성급 생산협동조합이 현급 생산협동조합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책이 서술되는 이유는 에필로그에 나타나있다. 저자 천위루는 금융의 본질(아래에 있음)을 추구하기 위해 책을 집필 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중국 금융사인 <돈의 통치(국내: 금전통치)>를 출간하고, 세계 금융사인 <금융으로 본 세계사>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저자인 천위루의 세계 금융(특히 미국)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프롤로그부터 그의 부정적 인식이 드러난다. 천위루는 중국 런민은행(인민은행) 화폐 정책 위원회 위원이었고 2015년에는 인민은행 부행장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그의 금융에 대한 인식은 서구 선진국의 약탈로 인식하고 있고 특정 국가(누가 봐도 미국)가 중국에 부정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중국 내 CPI(소비자물가 지수)는 크게 상승하는데 왜 대외적으로는 가치 절상을 해야 하는 걸까? 가장 자유로운 나라가 가장 자유로워야 할 금융시장에서 패권을 휘두르며 화폐의 가격을 결정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환율을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환율을 조종하는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
- 프롤로그 일부-

 

그의 금융에 대한 인식은 일무 목차에도 드러난다. 

  • 약탈할 돈이 없었던 콘스탄티누스
  • 회사는 도둑질에서 유래되었다
  • 식민지 세수는 심부름 값에 불과했다
  • 미 연방준비제도의 비밀
  • 약탈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 마셜 플랜의 음모

사실 경제와 권력이 서로 맞물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근대~현대에 대한 설명은 꽤나 자세하고 화폐, 전쟁, 냉전, 유럽연합과 유로,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인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일반 대중 상대로 꽤나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는 관련 논문과 저널이 많이 쏟아졌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역사 유물주의 방법으로 폭넓은 관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세세한 부분은 모두 빼고 금융 위기의 골격만 그려본다면 다름과 같이 인식할 수 있다.
⋯ 경제번영 → 유동성 확대 → 부동산 가격 상승 → 서브프라임 대출 → 위험 분산(CDO 등 파생채권) → 부동산 가격 폭락 → 서브프라임 손실 → 파생 금융수단 손실 분산 → 시장의 신뢰 하락 → 금융기관의 파산 → 유동성 수축 → 실물경제 하락 → 대기업 붕괴 → 글로벌 경제 위기 → ⋯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창조'를 통한 '성장'의 사이클을 논하고 있다.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신용을 바탕으로 경기가 순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러한 성장의 씨앗인 '창조'가 어느 시점에서 사라지지만, 투자는 지속되고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버블이 생긴다. 그리고 그 버블이 소멸되어도 지속적으로 부를 창출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약탈'을 통해 부를 얻게 되고, '약탈'이 극에 달하면 '전쟁'이 발생한다. 전쟁은 기존의 부를 파괴하고 새로운 부의 분배를 가져온다. 저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산업혁명 이전을 생존경제라 부르고 이 시기에는 금융위기나 경제 위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경제에서 벗어나 100여 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동서양 금융 위기의 본질은 시종 바뀐 적이 없다. 모방형 창조의 이점이 모두 소진되면 유동성 과잉이 발생하고 그 다음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저자는 서브프라임 위기는 본질적으로 1929년 대공황과 똑같이 창조의 잠재력 소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나는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다른 하나는 정보화 창조 에너지를 소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창조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류는 어떻게 해야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있을까? ... 굳이 답을 하자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위기는 영원히 피할 수 없으며, 과거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728x90
반응형